ESG 의료 분야 인권 실태와 최신 동향: 한국·미국·유럽·일본 비교 분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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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야 인권 실태와 최신 동향: 한국·미국·유럽·일본 비교 분석
서론 (Introduction)
본 보고서는 한국,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의료 영역 세 가지 분야에 대한 인권 실태와 최신 동향을 종합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영역은 ① 의사·간호사의 노동권, ② 환자의 자기결정권, ③ 의약품 개발 및 임상시험 윤리이다.
각
분야별로 주요 쟁점과 각국 사례를 비교하고, 공통점과 차이점, 정책적
흐름, 제도 개선 사례와 한계, 그리고 인권 침해 사례를
고찰한다.
1. 의사 및 간호사의 노동권 현황과 과제
의료인의 노동권은 적정 근무시간, 안전한 근무환경, 정당한 보수,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직무만족도 등을 포괄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의료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지만, 동시에
업무 과중과 위험 노출 문제가 표면화되었다.
한국, 미국, 유럽, 일본 각국은 의료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제도적 환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1.1 근무시간과 업무강도 비교
의료인의 근무시간은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한국의 전공의(레지던트)들의
경우 전통적으로 초과근무가 만연하여, 최근까지도 주당 100시간
이상의 근무가 드물지 않았다.
2024년 초에는 열악한 수련환경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는데, 한국 인턴·레지던트들은 36시간 연속 근무 교대까지 서슴지 않는 반면,
미국은
수련기관 인증기구(ACGME)의 지침에 따라 연속 근무를 24시간(최대 2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주당 평균 80시간 근무제 한도를 두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젊은 의사 절반은 주60시간 이하로 일하지만, 한국 의사들은 주100시간을 넘기기 일쑤” 라는 비교가 보고되었다.
일본 역시 과로 문제가 대두되어 2024년부터 의사 노동시간 상한을 법제화했는데,
일본 정부는 전공의를
포함한 병원의사 근무시간을 연간 1,920시간(월평균 160시간, 주당 약60시간
수준)으로 제한하고 연속근무 시간도 24시간 내외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우 EU의 노동시간지침(EU Working Time Directive)에 따라 대부분 국가에서 주당 48시간 근무 상한을 법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영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의사들도 이 범위 내에서 일하도록 관리된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유럽 의사들의 근무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나, 야간당직과 인력부족으로 인해 실질적 부담이 존재한다.
간호사들의 경우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한국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체계 하에 인력부족으로 인한 추가근무가 일상화되어 있다.
2023년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직 간호사의 42.5%가 주52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며,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는 주60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정 근로시간(주52시간제)을 초과한 초과근로가 구조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미국의 병원 간호사는 통상 주3일×12시간 교대(주36시간) 근무를 하고 4일을
쉬는 형태가 일반적이며, 추가 초과근무 시 별도 수당이나 대체휴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유럽의 간호사들도 대부분 주40시간 내외로 교대근무를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시간외 근무를 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일본은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규제를 법제화(예: 병동의 간호사 배치 기준)하여
근무강도를 관리하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한 환자 증가로 여전히 업무강도는 높다.
한국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는 한때 20명에 달하기도 했으나, 호주에서는 4명,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법적으로 일반병동 5대1 비율 등을 도입하고 있어 업무강도의 격차가 크다.
그 결과 한국 간호사는 “앉아서 점심 먹을 날이 손에 꼽힐 정도” 라는 증언이 나오는 반면,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고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이 확보된다는 평가가 많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의료인력 대비 환자수가 많고 근무시간이 길어 업무강도가 높으며, 미국과 유럽은 법규로 일정 수준 통제하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의 불만은 존재한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의사 수(천명당 2.6명)와 간호사
수(천명당 4.6명)가
최하위권으로, OECD 평균(의사 3.7명, 간호사 8.4명)에 크게 못 미친다.
그나마 있는 의료인력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역
공백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인력 부족이 의료인의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있고, 이는 다시 직업만족도 저하와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1.2 의료현장의 폭력과 안전: 보호체계 비교
의료인에 대한 폭언·폭행 등 폭력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의료계의 난제다.
응급실이나 정신과 진료 현장 등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이는 의료인의 인권과 안전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제공에도
악영향을 준다.
각국은 이러한 의료현장 폭력(WPV:
Workplace Violence in Healthcare)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2018년 말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피습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폭행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후 이른바 “임세원법” 이 2019년 제정·시행되어 ▲의료인에 대한 폭행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 (상해·중상해 시 3년 이상 징역, 사망
시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등)과
▲100병상 이상 병원의 보안인력 배치 의무, 비상경보장치
설치 의무 등을 규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 초기에는 일부 병원이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지적되었고,
2020년대 들어서도 의료인 폭행 사건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아 처벌 강화와
예방 교육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주(州)법 등을 통해 대응해 왔다.
다수의 주에서 응급실이나 의료인 대상
폭행을 중범죄(Felony) 로 간주하여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는 진료중인 의료인 폭행 시 최고 1년 이상 징역형
등을 규정하고, 애리조나주는 의료 종사자 폭행 가해자에 가중처벌을 명문화하였다.
또한 OSHA(산업안전보건청) 와
Joint Commission(의료기관 인증위원회) 등을 통해 병원들이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갖추고 정기 교육·보고를
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병원에서는 폭력 위험이 높은 부서에 보안요원에게 테이저건 등 무기
휴대를 허용하거나, 발생 시 즉각 현행범 체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찰과 공조하는 등의 대책도
시행된다.
유럽도 유사한 노력으로, 영국 NHS는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을 천명하여 의료진에 대한 어떠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고 즉각 법적 조치에 들어간다.
영국과 일본의 병원에서는 폭력적 환자·보호자를 경비
인력이 강제 퇴실시키거나 경찰에 인계할 수 있는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하기도 한다.
일본은 의료기관
인증기준에 의료진 안전관리 항목을 포함시켜, 병원이 직원 보호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인증을 받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호주, 스웨덴 등도 의료기관 내 폭력 발생
시 기관과 관리자 책임을 강조하여 조직적 대응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볼 때 한국의 의료진 폭력 대응은 아직 개선 여지가 있다.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의료진 안전을 보호하는데, 한국은 전공의 절반이 수련 중 폭력을 당해도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한국 의료인들이 폭행 피해를 입어도 “일의
일부”* 여기고 넘어가거나, 정신질환자라 어쩔 수 없다는
인식, 보고 절차의 번거로움 등으로 신고율이 낮은 현상이 지적된다.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면 부상, 트라우마, 번아웃으로 이어져 결국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의료현장의
폭력 예방은 곧 환자 안전(Patient Safety) 과 직결되는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의료계도 이를 인지하고 법률 강화, 경찰 협조 체계
구축, 대국민 홍보 등을 추진 중이며, 향후 선진 사례를
참고한 통합적 폭력 예방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1.3 보수와 처우: 임금 격차와 인력 유출
임금과 처우 개선은 의료인 노동권의 핵심 과제다. 의료인의 봉급 수준, 수당, 복지 혜택 등은 노동만족도와 인력유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우선 의사들의 보수를 보면, 전공의 수련과정의 급여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한국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고용되어 받는 월급이 200~400만원
수준(약 $1,500-$3,000)에 불과한데, 동일 경력의 미국 레지던트 평균 월급은 약 $5,000 (한화 600만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한국 전공의들은 과도한 시간외 노동까지 포함된 금액이라 실질 시급이 매우 낮은 반면,
미국은
시간외 근무 제한과 함께 시간당 급여 수준도 더 높다.
개원의나 전문의의 소득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건강보험
수가 통제로 인해 OECD 국가 대비 낮은 편이고, 특히
필수의료과(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수익성이 낮아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의료비 규모가 커 전문의 수입이 높은 편이나, 내부 격차(전문과목
간 소득차 등)가 크다.
유럽 각국은 대체로
공공의료 체계 하에 의사 봉급을 책정하므로 미국보다는 낮지만 안정적이다.
일본은 개원의의
경우 한국보다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으나, 봉직의나 수련의 처우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들의 임금은 더욱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한국
간호사 평균 연봉은 약 4,675만원(2021년 기준)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미국 간호사 평균 연봉(약 9천만원~1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력이나 역할에 따른 임금 상승도 완만하여, 숙련 간호사가 되어도 임금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임금
격차와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최근 한국 간호사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의 취업 이민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2018년
연간 783명에 불과하던 미국 간호사 시험(NCLEX) 응시자가 2022년에는 1,816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고, 2023년에는 분기별 응시자가 폭증하여 연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에 취업한 한국 간호사들은 “한국보다 업무량은 절반인데 연봉은 4배”라며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증언한다.
한국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4.4명으로 OECD 평균 8.0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2020년 기준). 낮은 인력 대비 높은 업무강도는 간호사의 이직과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열악한 처우는 직무 만족도 저하와 인력 유출로 이어진다.
한국
간호사들의 경우 조사에서 최근 3개월 내 이직 고려율이 74.1% 나
되었고, 상당수가 실제로 사직하거나 아예 해외로 떠나는 추세다.
“선배
간호사들의 태움(괴롭힘) 문화와 과중한 업무로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며 이민을 결정하는 사례도 많다.
간호인력의 외부
유출은 중소병원 인력난을 심화시켜, 서울의 한 중소병원은 간호사 부족으로 중환자실을
폐쇄하기도 했다.
남은 간호사들은 더 많은 환자를 맡게 되어 악순환이 계속된다.
일본 역시 과로나 낮은 임금으로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져, 필리핀
등지에서 외국인 간호사를 받아들이는 프로그램(EPA)을 시행해 왔지만,
언어 장벽 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선진국은
오히려 해외 간호사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한국과 일본의 간호인력이 이들 국가로 이동하는 세계적
노동력 이동 현상이 나타난다.
의사 측면에서도, 한국은 의사 수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절대적 의사 부족”을 주장했고, 젊은
의사들은 “인력 확충보다 기존 의사의 근무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며
반발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공백이 발생하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과 형사고발까지
거론하며 충돌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의사 수 자체는 한국보다 많지만, 농어촌·필수과 부족 문제가 공통적으로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인센티브(가산 수가, 학자금 대출 탕감 등)나 국가배치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고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무를 조건부로 부과하는 등 정책을 운영 중이다.
1.4 정책과 제도 개선 사례 및 한계
각국 정부와 의료기관은 의료인 노동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도입해왔다.
- 근무시간
규제 및 수련환경 개선: 미국은 2003년 ACGME 규정으로 레지던트 주80시간제와 연속당직 24시간 제한을 도입했고,
2011년에는 1년차 연속근무 16시간 제한을 거쳤다가 2017년 24시간로 완화하는 등 조정해왔다.
유럽연합은 1998년 노동시간지침으로 주48시간 상한을 도입하여 점차 의료계에 적용했다. 일본은 2024년부터 의사 노동시간 상한 규제를 법제화하였고,
이는 사실상 한국 전공의 특별법(2017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법 시행)보다 늦은 시기다.
한국은 2017년 해당 법으로 전공의의 주당 80시간(당직 포함 88시간) 상한을 규정하였으나, 처벌조항 부재와 현장 관행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정부는 근무시간 위반 병원에 대한 제재 강화와 수련환경평가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논의 중이다. - 인력법
및 적정 배치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4년부터 법정 간호사 대 환자 비율(Nurse-to-Patient Ratio Law)을
시행하여, 일반병동 1:5, 중환자실 1:2 등 최소 기준을 강제하고 있다.
한국도 의료법상 간호사 배치기준을 두고 있으나 처벌규정이 없어 me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 보건의료노조는 미국 환자보호법(Patient Protection Act) 등의 사례를 들어 간호인력 법제화를 요구했고, 최근 국회에서 간호인력 확충 법안이 논의되었으나 직역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간호사 등 병원 인력기준을 정해 인력 수준에 따라 입원수가를 차등지급하여 인력확충을 유도하는 재정 인센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럽 다수 국가도 법정보다는 재정지원이나 권고기준을 통해 간호인력 확보를 도모한다. - 보상체계
및 처우 개선: 영국 NHS는 의료인 급여를
국가가 관리하며, 2019년 이후 간호사 초봉 인상을 단행하는 등 처우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생활비 상승으로 2022~2023년 영국 간호사들이 사상 최초의 대규모 파업을 벌여, 정부와 임금인상 교섭을 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시기 여행간호사(travel nurse) 수요 폭증으로 일시적으로 임금이 급등했고, 병원 상근 간호사들의 상대적 박탈감 이슈가 발생했다.
한국은 2022년 간호사 야간근무 수당 인상,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 등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현장 체감은 낮다.
또한 의료기관 내 수직적 조직문화와 괴롭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하고 병원들도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태움 문화 근절은 진행형 과제다.
미국과 유럽의 젊은 간호사들도 현장에서의 괴롭힘(bullying) 이 문제가 되지만, 노조와 병원 윤리규정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는 편이다. - 안전과
복지: 의료인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지원책도 중요하다.
일본은 의사의 과로사(過労死)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어, 2015년 한 수련의의 과로 자살 사건 이후 수련병원에 멘토링 제도와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했다.
한국도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에서 휴식시설, 상담창구 구비 등을 점검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병원들은 Well-being Committee 등을 통해 직원 번아웃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럽의료기관들도 비교적 넉넉한 휴가제도(연차, 안식년 등)를 통해 직업만족도를 높이려 한다.
1.5 인권 침해 사례: 의료인 노동권 측면
각국에서 의료인 노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례들은 그 자체로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되어왔다.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2018년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이 의료인
안전 강화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또한 2010년대에 몇 차례
전공의 과로사 의심 사례(뇌출혈 등)가 발생하며 수련시간
규제가 대두되었다.
간호사 분야에서는 2018년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의 자살 사건이 태움 문화의 실태를 고발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간호계 내부
성찰과 함께 병원 내 괴롭힘 방지 대책 요구가 빗발쳤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2019년) 등 일반 노동법 차원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일본에서도 2015년 도쿄여자의과대학병원 수련의가 연속 30시간 근무 후 투신한 사건이 사회에 알려져 수련환경 개선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
영국에서는 2000년대 초
Junior Doctor들의 100시간 넘는 근무와 관련된 환자사고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어, 근무시간 단축 논의가 활발해졌고 결국 EU 지침에 따른 워크타임
제한을 수용하게 되었다.
폭행 사건 역시 구체적 사례가 정책 변화를 이끌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VA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에게 살해당한
사건 이후 연방 차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영국도 2000년대
초 응급실 폭력사건들이 여론화되며 CCTV 설치와 경찰 상주 등의 대책이 나왔다.
한국은 2017년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진료 중 환자에게 폭행당해
중상해를 입은 사건,
2019년 응급실에서의 의사 피습 사건 등 하루 평균 2~3건의 의료인 폭행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공개되며, 처벌
강화 여론이 비등했다.
다행히 이후 형법 및 의료법 개정으로 대책이 마련되었지만, 앞서 본 대로 실효성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요약하면, 의료인 노동권 분야에서 한국은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폭력 위험, 낮은 보상이라는 다중의 압력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이 일부 개선 조짐은 있으나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물적 자원은 풍부하나 의료비 체계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의료소송 부담 등)가 있고, 유럽은 비교적 제도화가 잘 되어있으나 재정 제약으로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문제를 겪으면서 정책 대응을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이는 모두 의료서비스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므로, 각국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해야 할 분야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