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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Insight 재무보고서를 넘어 ESG까지: 지속가능보고서의 50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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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경영 보고서는 이제 더 이상 숫자만을 담지 않는다.
 

기업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단지 ‘기록’을 넘어 기업이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50년 전 그것은 재무 성과를 주주에게 알리는 통계표였지만, 오늘날의 ESG 보고서는 그 자체로 기업의 전략이며,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정체성 선언이다.

ESG 보고서를 ‘좋은 일을 했다는 보고’로만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ESG는 단순한 의무 공시가 아니라, 기업 가치(Value)와 가시성(Visibility), 그리고 위기 회복력(Resilience)을 연결하는 언어체계로 기능한다.


이 글은 ESG 보고서의 기원을 1970년대 회계 기반 보고서에서 출발하여,
국제 보고 기준의 제도화, 금융시장과의 통합, 그리고 법제화된 ESG 공시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조망하고자 한다.
그리고 ESG 보고가 왜 단순 공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 자산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1. 보고의 진화: 숫자에서 서사로

1970년대 이전 기업 보고의 본질은 회계 투명성(accounting transparency)이었다.
연례보고서(Annual Report)는 주주와 채권자를 위한 산출물이었으며, 외부효과(externalities)에 대한 언급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1970년 지구의 날(Earth Day), 1972년 유엔 인간환경회의(UNCHE)를 계기로 환경 문제가 국제 아젠다로 부상하면서, 기업 보고의 범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변곡점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개념의 도입이다.
이는 기업의 정당성(legitimacy)을 사회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정의하려는 시도였다.

CSR 개념은 Howard Bowen(1953), Archie Carroll(1979) 등의 연구를 거치며 “단순 이익 추구를 넘어서는 자발적 책임”으로 정립되었고,
기업 보고의 논리도 재무적 성과를 넘어 사회적 영향과 책임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2. 환경 재해와 기업 보고의 자율적 전환

1980년대는 환경 재해의 연속이었다.
인도 보팔 가스참사(1984),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 알래스카 엑손 발디즈 유출(1989)은 기업 리스크가 사회 전체에 파급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화학 및 중공업 기업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환경 정보 공개가 이루어졌고,
1989년 노르웨이의 Norsk Hydro가 세계 최초의 기업 환경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환경보고서’라는 장르가 정식 출현했다.

이 시기의 핵심 변화는 보고 대상의 전환이었다.
성과 중심(performance-centric) 보고에서, 영향 중심(impact-centric) 보고로의 이동이 일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더 이상 “무엇을 달성했는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3. 지속가능발전 담론과 보고 기준의 국제화

1987년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의「Our Common Future」(브룬틀란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공식화했다.
이 개념은 환경·사회·경제의 삼중수익(Triple Bottom Line)을 바탕으로, 기업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UNCED)는 이러한 개념을 국제적으로 제도화했고, 보고서는 점차 국제 기준에 기반한 제도적 규범의 영역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1997년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설립되며 보고의 형식과 내용은 표준화되었고, 2000년 GRI G1은 기업이 따라야 할 보고 프레임워크의 최초 국제기준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보고서는 단지 내부 정리 문서가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내에서의 입지를 증명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시장 진입 조건으로 발전했다.
 

4. ESG의 출현과 시장 메커니즘의 내재화

2000년대 들어 ESG 개념이 도입되면서 기업 보고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는다.
2003년 UNEP FI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고, 2006년 UN PRI(책임투자원칙)가 채택되면서 금융기관이 ESG 요소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ESG 정보가 비재무적이지만 투자에 영향을 주는 핵심 정보로 이동했음을 뜻하며, 기업보고는 단지 ‘책임’을 넘어서 ‘가치(Value)’, ‘리스크(Risk)’, ‘신뢰(Trust)’의 분석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Lucien Bebchuk, Robert Eccles, George Serafeim 같은 학자들은 이 시기를 ESG와 기업 재무성과 간의 연관성이 실증적으로 탐색된 시기라고 설명한다.
특히 Harvard Business School의 논문들(HBS Working Papers, 2011~2015)은 ESG 고성과 기업이 장기 수익률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증거를 축적했다.
 

5. 통합보고와 다중자본 프레임워크의 부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재무보고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2010년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가 설립되며 ‘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가 등장했다.
통합보고는 자본을 재무·제조·자연·인적·사회·지식 자본의 여섯 가지로 확장하여, 기업의 가치 창출 프로세스를 다층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IIRC 프레임워크는 ESG를 단절된 영역이 아니라,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과 통합된 가치사슬의 일부로 인식하게 했고,
이는 보고서 작성 관행의 질적 전환을 촉진했다.
특히 이 시기부터 ‘G’ 즉, 지배구조는 ESG 보고의 구조적 근간으로 부상했다.
 

6. 제도화와 규범화: ESG 공시의 법적 전환

2020년대는 ESG 보고의 법제화가 본격화된 시기다.

  • EU의 CSRD(2024),

  • IFRS 산하 ISSB의 S1·S2 기준

위위 내용은 ESG 공시가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의 필수 조건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ISSB의 S1(지속가능성 관련 공시 기준)과 S2(기후 관련 공시 기준)는 기존 GRI의 영향 기반(materiality) 접근과 달리,
투자자 관점의 ‘재무적 중요성(financial materiality)’을 명확히 규정한다.
이른바 ‘이중중대성(Double Materiality)’ 개념이 유럽 중심의 CSRD, GRI와 투자자 중심의 ISSB, SASB를 잇는 글로벌 공시 표준 정렬(alignment)로 전개되고 있다.
 

결론: 보고서에서 언어로, 언어에서 전략으로

ESG 보고서는 단순히 작성하는 문서가 아니라, 기업의 세계관을 정량화하는 구조다.
기업이 무엇을 측정하고, 어떤 지표를 공개하며, 어떤 이해관계자에게 무엇을 말하느냐는 곧 기업이 누구이고,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드러내는 사회적 발언이다.

Harvard Law Review에서 ESG는 “post-financial capitalism 시대 기업의 헌법적 문서”라 불린 바 있다.
ESG 보고서는 이제 기업의 윤리와 전략, 위기관리 능력, 혁신 역량까지 복합적으로 반영한다.

50년 전 보고서는 숫자였고, 오늘날 보고서는 서사(Narrative)이며,
내일의 보고서는 전략(Strategy) 그 자체가 될 것이다.
ESG는 더 이상 기업의 외연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언어이며, 기업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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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및 인용 기반*

  • Bowen, H. (1953). 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

  • Carroll, A. (1979). A three-dimensional model of CSR.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 Serafeim, G. et al. (2012). The Impact of Corporate Sustainability on Organizational Processes and Performance, HBS Working Paper.

  • Eccles, R., & Krzus, M. (2010). One Report: Integrated Reporting for a Sustainable Strate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