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급망 관리의 숨은 복병: 수요망 리스크를 직시하라(1) > Board

본문 바로가기
맞춤형 상담 요청하기   메뉴 열기
 

Board

ESG Insight ESG 공급망 관리의 숨은 복병: 수요망 리스크를 직시하라(1)

페이지 정보

  • 목록

본문

ESG 공급망 관리의 숨은 복병: 수요망 리스크를 직시하라

공급망의 친환경·윤리적 관리에 온 관심이 쏠린 사이, 정작 시장 수요의 변화에는 둔감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ESG
시대에는 소비자와 거래처의 요구, 수요망을 놓치는 것이 최대의 리스크입니다.
수요망 관리 부실로 인한 수요 예측 실패는 공급망 차원의 노력까지 무력화시키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공급망에 쏠린 ESG 시선, 놓치는 것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확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설문조사에서 기업 81%가 공급업체를 선택할 때 ESG 기준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습니다.
미국(97%)과 유럽(90%) 기업들은 특히 공급망의 노동환경, 탄소배출 등을 꼼꼼히 따지며, 관련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공급망 실사(due diligence)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협력사들의 노동권 침해나 환경오염 리스크를 줄이고, 탄소발자국을 낮추는 성과도 일부 나타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공급 측면에 치중한 ESG 경영에는 블라인드 스폿(blind spot)이 있습니다.
바로 수요 측면, 수요망(demand chain) 관리입니다.
공급망 파트너들의 ESG 이슈(: 작업장 안전, 온실가스 배출)에 많은 자원과 주의를 투입하면서도, 정작 시장 수요의 변화수요 변동성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매출은 결국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 수요망을 오판하면 공급망을 친환경으로 꾸려놓아도 팔로가 끊기는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사실 수요 리스크(demand risk)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서 수요 리스크란 고객 수요가 예기치 않게 변동함으로써 재고 과잉이나 품절 사태를 초래하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팬데믹 초기 자동차 업계가 수요 급감을 잘못 예측해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가,
이후 수요 회복을 따라가지 못해 큰 차질을 빚은 일은 전형적인 수요망 관리 실패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ESG=공급망 관리 정도로 인식할 뿐, ESG로 인한 시장 수요 변화수요망 충격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ESG 수요망 블라인드 스폿: 소비자와 구매자는 변하고 있다

ESG 열풍의 근원에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지갑으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합니다.
2021
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60% 이상이 제품 구매 시 해당 기업의 ESG 활동을 고려하며, 70% 가까이는 ESG에 부정적인 기업 제품을 의도적으로 피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환경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비라면 68%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기꺼이 구매하겠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은 사회적 문제 때문에 불매운동에 참여한 경험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는 기업의 잘못된 ESG 행보가 곧바로 수요 이탈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글로벌하게 봐도 추세는 같습니다.
PwC
2024년 소비자 조사를 보면, 무려 80%의 전세계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실제 지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프리미엄은 평균 9.7%나 되었습니다.
또한 소비자의 85%는 기후변화의 충격을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으며, 46%는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제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한편 76%의 소비자는 기업이 환경이나 노동, 지역사회에 해를 끼칠 경우 구매를 중단하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말로만이 아닙니다. 실제 시장에서 ESG를 앞세운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닐슨이 미국 소비재 600,000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ESG 관련 인증이나 책임 경영을 강조한 제품은 최근 5년간 매출이 평균 28% 상승했는데,이는 그렇지 않은 제품(20%)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입니다.
요컨대 지속가능성은 시장의 새로운 욕구이며, 이에 부응한 상품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요망 변화를 간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긍정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기업 파타고니아를 봅시다.
이 의류업체는 창업 초기부터 젊은 세대를 겨냥해 친환경·친사회적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써왔습니다.
재활용 소재 활용, 매출 1% 기후변화 대응 기부, 공급망에도 엄격한 친환경 정책 적용 등 ESG 경영을 철저히 실천한 결과,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가치소비 트렌드의 확산과 함께 매출이 급증했습니다. 반면 부정적 사례도 있습니다.
국내 한 식품기업은 훌륭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도 경영진의 갑질과 같은 사회적 물의로 소비자 불매운동 대상이 되었고, 결국 수십 년간 지켜온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또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대규모 예산을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가 인권 문제 논란으로 흥행에 실패하자 뒤늦게 ESG 경영 강화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제품 품질이나 가격 이전에 ESG 요인이 수요를 좌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요약하면, ESG 경영의 성패는 결국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소비자 수요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글로벌 무역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ESG
를 공급망 내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외부의 수요망 변화까지 포괄해야 진정한 지속가능 경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B2B·공공 부문의 숨은 압력: 요구사항의 급변

ESG 수요망 리스크는 최종 소비자 시장뿐만 아니라 B2B(Business-to-Business)B2G(Business-to-Government) 영역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들과 정부조달 시장에서 ESG 요건이 새로운 거래 조건으로 부상했습니다
캐나다 기업개발은행(BDC)의 연구에 따르면 2024년이면 전세계 주요 구매기업의 92%가 공급업체에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미 아마존은 2024년부터 모든 납품업체에게 탄소배출량 등 환경 데이터 제출을 의무화했고, 유통공룡 타깃(Target)공급망 탄소 30% 감축을 위해 협력사 80%에 과학기반 감축목표 설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프로젝트 기가톤(Gigaton)을 통해 4,500개가 넘는 협력사와 함께 공급망 탄소 10억 톤 감축을 추진 중이며,
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매년 협력사의 탄소배출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협력사에 Scope 1·2·3 배출량의 연례 공시 및 2030년까지 55% 감축 목표 설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대 수요처들이 앞다투어 공급망 ESG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업체는 거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ESG를 모르면 납품길이 막힌다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정부 부문에서도 공공조달의 ESG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 등을 통해 인권·환경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의 제품은 유럽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법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공공입찰 제한을 검토하는 등 ESG 미달 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산업재해로 ESG 등급이 추락한 기업이 고객사로부터 협력업체 목록에서 제외되고, 정부 입찰 참여가 제한되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 수요 자체의 상실로 이어집니다.
특히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은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유럽의 ESG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판로를 잃고 구조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이러한 수요망 변화에 대한 준비도가 낮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아태지역 기업 중 ESG를 공급사 선정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58%, ·유럽 기업들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 상당수가 아직까지 ESG 요구를남의 일로 여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작 이들이 거래하는 글로벌 대기업 고객들은 90% 이상 ESG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 격차가 구조적 위험이 됩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수요망 블라인드 스폿이 발생하는 구조죠.
예를 들어 한 미국 바이어가 협력사인 한국 기업에 탄소감축 계획을 요구했는데 우리 기업이 대응하지 못한다면,
해당 바이어는 조달선을 바꾸거나 물량을 줄일 것입니다. 소비 트렌드의 급변도 리스크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거나, 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하면, 관련 제품을 만들던 국내 기업은 한순간에 수요 급감을 겪습니다.
ESG
기반의 시장 재편은 서서히 오는 듯하다가도 정책·여론에 따라 급물살을 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구조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